괴력난신怪力亂神
재아가 여쭈었다. “어떤
사람이 와서 인자에게 ‘우물 안에 인이 있다.’라고 말하면 그를 따라 우물 속으로 내려갈까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 군자는 가게 할 수는 있어도 우물에 빠뜨릴 수는 없다. 잠시 속일
수는 있더라도 완전히 기망할 수는 없다.”
6.26. 宰我問曰: “仁者, 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어느 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인류가 파피루스든 죽간이든 종이든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후로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정보의 총량은 약 20엑사바이트라고 한다. 엑사바이트라,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다는데 놀라운 것은 최근에는 일주일 정도면 이 정도의 데이터가 생산된다고 한다. 가짜 뉴스가 성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처럼 엄청난 데이터의 거래가 있다. 사람마다 각자가 선호하는 정보의 출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500년 전 공자는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현대의 우리가 참고할 만한 조언을 하고 있다. “많이 듣고 배우되 의심나는 것은 미루어 두고 나머지를 말할 때 신중하라, 그러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많이 보고 배우되 의심나는 것은 미루어 두고 나머지를 실천할 때 신중하게 하라, 그러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논어.위정.18.) 경청하되 맹신하지 말 것. 듣고 본 것을 스스로 공부하되 그래도 의심이 드는 것은 잠시 미루어두고, 확인한 것조차 말하고 실행할 때는 신중을 기할 것.
1636년 네덜란드에서 발간된 한 팸플릿에 따르면, 튤립 한 뿌리가 약 3000길더에 거래되었는데 이 금액으로는 다음의 모든 상품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돼지 8마리, 황소 4마리, 양 12마리, 24톤의 밀, 48톤의 호밀, 와인 2통, 8길더짜리 맥주 600리터, 버터 2톤, 치즈 450킬로그램, 은 술잔, 옷감 1팩(108킬로그램), 매트리스와 침대, 배1척.” (송병건,경제사, 2012, 295p)
금융시장의 역사에서
‘버블’의 원조로 회자되는 네덜란드 튤립의 가격 폭등과 급락은
당대 세계 최강국에서 벌어진 일대 금융 투기 사건이었다. 금융시장의 거품의 형성은 후진국에선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도 튤립 투기 사례는 자주 회자되지만 당시 네덜란드가 국제 사회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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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네덜란드는
소수의 귀족만 잘사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 나라를 여행했던 한 영국인은 그의 여행기에서 네덜란드에선
농부라도 대체로 1만 파운드 정도의 재산을 가진 고르게 잘사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이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튤립 투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동에서 수입된 튤립은 16세기 중반 유럽에 처음 소개된다. 특히 부유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멋진 정원을 소유하는 것이 신분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튤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1635년이 되면 튤립
가격은 새 품종 하나를 사는데 전 재산의 절반을 투자한 사람 이야기까지 나돌게 된다. 그것도 다시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서 산 것일 뿐이었다. 본래 네덜란드는 국토의 2/3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에 위치해 바닷물을 막는 제방을 쌓고 바다에서 얻은 간척지를 삶의 근간으로 삼았던
검소한 사람들로 유명했다. ‘홀란드(Holland)’라는
이름도 본래 할로우 랜드(Hollow land), 즉 움푹 패인 땅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신선한 고기와 야채만 찾는 프랑스 선원들에 비해 네덜란드 선원들은 말린 생선과 죽만으로도 만족하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사람들이다. 그런 근검 절약으로 유명했던 네덜란드 인들도 세계 최강의 나라로
우뚝 서자 튤립 하나에 전 재산을 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도시 곳곳에 튤립 거래소가 생겼고
튤립 공증인은 이름, 빛깔, 모종의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기고
선물 거래도 성행했다.
그 다음에 나온 튤립은 온통 화사하지만 요사스러운 것이 자존심과 장난기로 가득하고 세상 어디에도 없고 여기만 있는 빛깔 – 아니 교배를 하면 얼굴도 달라지고 … 튤립의 유일한 관심사는 눈을 즐겁게 하는 것 그래서 맵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이다. 에이이브럼 콜리(1656).
대략 2년에 걸친 튤립 광풍은 수많은 투기자를
양성하며 네덜란드를 넘어 영국과 프랑스까지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가 급락했다. 나라엔 채무불이행자가 속출했고, 끊임없는 분쟁과 소송, 그리고 파산자가 양산되었다. 네덜란드는 해결책을 도모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튤립 광풍의 거품과
붕괴는 60여 년에 걸친 전성기 후에 급속도로 쇠퇴의 길로 들어선 네덜란드 경제의 거울의 또다른 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먼저 지레짐작 의심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나를 믿지 않을까 억측하지 말라. 그러면서도 낌새를 먼저 알아챌 수 있다면 현명하다!” (논어.헌문.31)
2020년 10월 말까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총 27.7조를 팔아치웠고, 기관투자자는 21.5조를 매도했다. 오로지 개인투자자만 46.6조를 순매수 했다. 이런 사례가 또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피’를 부르는 결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평소 현명한 사람도 욕심에 가리면 판단력을 잃게 된다.
그 욕심은 재물이나 권력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식욕에 사로잡혀도 마찬가지다.
【관련
주석】 공안국: “재아는 인자라면 환난에 빠진 사람을 반드시 구해줄 것이라고 여겼기에 만약 인한 사람이
우물에 빠졌다면 몸소 내려가서 그를 나오도록 돕지 않겠냐고 물어본 것이다. 이것은 인자의 憂樂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 그 극한을 보고자 한 것이다.”, “서逝란 가다의 뜻이다. 즉
군자를 가서 살펴보게 할 수는 있지만 몸소 그를 따라 내려가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마융: “기만할 수 있다(可欺)는 것은
인자를 현장으로 가게 하는 것이고, 불가망不可罔은 인자가
우물 속으로 따라 내려가게 기망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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