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怪力亂神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란 것이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설령 마부노릇이라도 하겠지만 바란다고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따르겠다.”
논어.술이.12. 子曰: “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爲之. 如不可求,從吾所好.”
초기 유가의 인식에서 경제적 풍요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개인의 ‘인’의 경지를 넘어선 공동체의 ‘성’의 경지이고 유가가 정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이다. 그러나 부를 얻는 수단, 가난을 탈피하는 방법에는 매우 엄격했다. 그러므로 물질적 부란 누구나 얻기를 바라고 가난과 빈궁은 누구나 벗어나고 싶은 상황이지만 올바른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회피하지 않는 것이 유가의 부에 대한 일관된 태도다.
20년 전만 해도 개인용 제트기
시장이란 전세계에서도 극소수의 수요만 존재하는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그 수요가 상당하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트기를 직접 보유한 대기업이 적지 않게 있고 혹은 임대해서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이나 급한 임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도 제법 많다. 해외 리서치 업계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275억 달러의 비즈니스 제트기 시장이 있고 2026년에는 이 규모가
362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내가 제트기가 없어서’,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대중화된 시장의 규모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 X 등 몇 개
우주개발 회사가 우주관광 대기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적게는 수십 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 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역시 다소 부럽기는 하나 우주여행할 돈이 없다고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박탈감이란 결핍에 대한 상대적 감정이다. 한국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로 구성원의 99%가 빈곤한 상태에 있었을 때 우리 시민들간에 박탈감이란 미미하고
생소한 존재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 같은 처지이고 특별할 게 없다.
제트기는 고사하고 자동차를 보유한 집도 없었다. 민간인의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는 내가 고3 시절이던 89년에야 실시되었다.
OECD에 가입한 지도 오래되었고
경제 규모는 글로벌 기준 10위권의 대국이 된 후에야 오히려 시민들간의 박탈감은 성장을 자양분으로 삼아
그만큼 더 커져가고 있다. 멀쩡한 내 집이 있는데도 그것이 강남에 있지 않다면 박탈감을 느낀다. 고생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성공을 함께 나누기란 참 힘들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박탈감은 균열을 생성하고 기반에 생긴 자그마한 균열은 견고한 건물조차 무너뜨릴 수 있다. 대선 철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첫번째 공약이 경제성장률 제고인데 이미 균열이 커질대로 커진 시대에 성장이
균열을 해결하는 올바른 해답인지는 멀리 가지 않아도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상황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인생은 짧고 학창 시절 읽었던 책 속의 역사는 옛날 얘기처럼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억눌리고
밟아도 전혀 꿈틀거릴 것 같지 않았던 시민의 분노가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시 그 옛날 이야기 책을 꺼내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인정머리 없고 '가차 없는 자본주의'라고 비난해도 미국에는 여전히 그 두려움을 아는 다수의 현명한 사람들도
있기에 천문학적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 이념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다.
【관련
주석】 양백준: “『주례』에 따르면, 두 종류의 사람이 채찍을
들었는데, 고대 천자나 제후가 출입할 때, 2-8명이 가죽
채찍을 들고 행인들에게 길을 비키도록 하였다. 또 하나는 시장에서 문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손에 가죽채찍을
들고 질서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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