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怪力亂神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맹지반은 용맹을 자랑하지 않았다. 패퇴할 때 후미에 있었다. 입성할 때 말에 채찍질하며 말하였다. ‘뒤에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말이 나가지 않았을 따름이다.’”
6.15. 子曰:
“孟之反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 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기원전 589년 자꾸 패권에
도전해오는 제나라를 정벌해 아예 제나라 도성까지 밀고 들어가 완벽한 승리를 거둔 적이 있었다. 춘추시대
대전 중의 하나 미계의 전쟁이다.
이때 진의 대귀족 가문의 범문자도 참전했고 부친 무자는 아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었다.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군대를 보며 무자는 이제나저제나 아들의 모습이 보이길
기다리는데, 아 이 녀석이 끄트머리에서 가장 늦게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조마조마했던 아빠가 냅다 달려가 아들을 꾸짖었다. “내 너를 기다린다
하지 않았느냐?” 아래는 아들녀석의 대답이다.
“군이 공적을 세워 국인들이 환호하며 맞을 터인데 앞장서 들어오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장수를 대신해 명성을 얻는 일이니 감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내, 네가 화를
면할 수 있음을 알겠구나.” 아들의 대답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던 아빠의 말이다.
오늘날 미국을 패권국이라 말할 수는 있지만 군벌 국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선출된 행정부가, 중국은 공산당의 상무위원들이 중심이 된 집단지도체제이다. 설사 시진핑
같은 권력자라도 그가 군벌 출신도 아니고 상무위원들 역시 모두 군벌은 아니다. 춘추시대 진나라는 동시대
다른 국가와 달리 군벌들이 권력을 휘둘렀는데 진 문공 시대부터 차츰 군벌의 모습을 갖춰 갔다. 서로간의
권력 다툼을 통해 여섯, 넷, 그리고 최후에는 셋으로 집중되었고
이들이 결국 진나라를 분할해 전국시대의 삼진, 한·위·조로 독립해 나갔다. 당대의 역사를 기록했던 좌씨도 진의 이런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고 있었다. 진
이외의 국가에서 정부의 조직 개편을 서술할 때 예를 들면, 총리는 아무개, 재무장관은 아무개, 국방장관은 아무개를 임명했다고 기술하는데 반해
진나라의 조직 개편 서술을 항상 이런 식이다. 중군의 장수와 부장, 상군의
장수와 부장, 하군의 장수와 부장은 아무개였다. 문관직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
극곡에게 중군을 지휘하게 하고 극진郤溱이 보좌하게 했다. 호언을 상군의 장수로 삼으려 했지만 형 호모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그를 보좌했다. 조최를 경에 임명했지만 그는 난지欒枝와 선진先軫에게 양보했다. 난지가 하군의 장수가 되었고 선진이 보좌했다.
순림보荀林父는 융거를 몰고, 위주魏犨는 융우가 되었다. (춘추좌전.5.27.4.)
세상 일이란 것이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고, 나쁜 의도가 반드시 나쁜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듯 이들의 치열한 권력 쟁탈은 진나라가 패권국으로 우뚝 서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산지가 많고 평야가 적었던 진은 귀족들이 각자의 근거지를 확대하기 위해 문공 대는
남으로 진출하여 성복에서 초나라를 꺾고 남양 지역을 차지했고, 북방 이민족과 대치하고 있던 북쪽으로
조씨가 주로 진출해 그들을 더 북쪽으로 몰아낸 후 현재의 태원시 부근을 차지했고 아예 험준한 태행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나가 평야지대로 나서게 된다.
우리는 권력 다툼이란 것을 정치권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가끔씩 착각하고
자신은 이런 권력 다툼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현실은 다르다.
권력이 국가의 정치 권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들은 회사 내에서, 교수들은 학교와 학과 내에서,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학생들은 그 또래 모임 안에서 항상 권력을 다투고 있다. 심지어
홀로 있을 때도 나는 다투고 있다. 홀로 있을 때조차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단 1분도 버티기 힘들다. 나는 끊임없이 내 안의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때로 두 개의 ‘나’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유학에서 강조하는 ‘신독愼獨’은 나와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일러준다. 영화와 드라마 등 일상에서 항상 색다른 소재를 이야기거리로 삼아
이 권력 다툼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나는 권력과 무관하다고 착각하고 남의 일처럼 여기고 산다.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우리의 일상이 바로 권력 다툼임을 인정하고 인식해야 한다. 남의 일, 다른 세상의 일로 치부하고 저들을 향해 손가락질만 하면
늘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관련 주석】 마융: “전殿이란 군대의 후미이다. 앞을
계啓라 하고, 뒤를 전이라 한다. 맹지반은 현명한데다 용감했다. 군대가 크게 패했는데 홀로 후미에서 군사들을 후퇴시켰다. 사람들이
맞이하며 그의 공을 칭찬하자 그 명예를 탐내지 않고 ‘내가 용감하여 뒤에서 적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그저 말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뿐이다.’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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